top of page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서의 발견하게 되는 자아에 대하여

 김민지 작가의 작업은 작가 스스로의 심리적 상태에 대한 고찰로부터 시작된다. 이때 심리적 상태라 함은 일종의 스트레스를 의미하는데 작가는 이를 ‘민감한 불안’(delicate anxiety)라고 지칭하며 그의 전시 주제로 인용하고 있다. 불안이라 함은 현재 위험과 달리 실제적 상황이 아님에도 나타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정서적 상황인데, 심적으로 불안정해지는 내면의 주관적 감정 상태를 말한다. 작가는 그의 작업에서 신자유주의가 팽배한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불안을 경험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현실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복잡한 사회 구조 속에서의 소외되고 있는 자아의 위치를 점검하는 가운데 이 불안의 문제를 화두로 꺼내 놓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작가 자신이 직접적으로 감지하고 있는 내적 문제이기 하지만 현대인들이 공유할 수 있는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시장에는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가변 설치 작업과 영상 작업들이 선보이게 된다. 그 중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라는 작품을 살펴보면 손을 씻을 수 있도록 세면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여기에 놓여진 비누에 작가는 시선을 집중하였던 것 같다. 그런데 작가의 언급으로부터 추정할 수 있는 것은 이 비누는 단순한 물질이 아니라 작가가 자신을 투사시킨 내적 정서의 대리물이라는 것이다. 김민지 작가의 작업들을 살펴보면 작가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에 대해 계속해서 질문하듯 점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작가 내면에서 발생하는 불안의 원인이기도 한데 관계 속에서의 소외될 수 있다는 잠재 의식은 또 다른 거부와 버려짐에 대한 두려움을 낳게 만들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타자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아는 자신을 검열하게 만들고 과도한 검열은 불안을 도출시키게 된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다시 관계를 어려운 상황으로 만들어 버리게 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작가는 이러한 정서적 상황에 대한 탈출구로 레비나스의 윤리를 지향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타자와 관계하기 즉 타자를 보고 듣는 행위를 통하여 타자를 이해하고 타자에 책임을 갖는 행위를 요청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사람 저 사람에 의해 쓰고 남겨진 비누를 무관심하게 방치하기 보다는 마치 사람의 얼굴을 보듯 주목해 보기를 작가는 원하고 있다는 말이다. 자유주의 사회라는 것은 상호성과 형식상의 평등을 지향하고 있지만 나와 타자를 철저하게 분리시키는 독립적인 개인만을 양산하는 시스템이 될 수 밖에 없다. 한 시대의 사회적 시스템은 그 사회의 정신적 상황을 설명하는 근거가 되기에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인간 소외 현상도 이로부터 설명될 수 있다 할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사회 속에서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고찰하게 되면서 한 개인과 사회에 대한 치유의 방향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민지 작가는 자신의 내적 상황을 바라보는 가운데 그 깊숙이 내재되어 있는 불안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를 작업 과정을 통해 문제가 해소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자아와 타자의 관계성과 그 의미를 발견하였던 것 같다. 그리고 이로부터 사회 속의 개인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도 주목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작가가 그의 내적 상황을 사물과 행위에 투사하는 작업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이러한 방식이 그의 내면으로부터의 문제를 해소하는 길일 뿐만 아니라 내부의 문제를 예술작업으로 드러내 관객과 대화하며 이를 함께 점검하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와 타자가 관계 속에서 내가 비로소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서 작가는 그의 작업을 매개로 하여 타자를 바라보는 방식, 타자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식을 관객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 같다. 결국 김민지 작가의 작업은 작가 스스로가 타자를 이해하고 책임을 갖는 실천적 행위이자 자기 치유의 작업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의 작업이 자기 자신을 향할 뿐만 아니라 관객을 향해 상호작용하고 이를 통해 관계 맺고 대화하며 사회 치유의 길을 함께 모색해나가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며 앞으로의 작업을 지켜보게 만드는 지점으로 보인다.

사이미술연구소 이승훈

첫 번 째 방

<참을 수 없는 가벼움>,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6( 전시 상황)

<참을 수 없는 가벼움_하루하루의 기록>, photogroph,한 장 당 12.7 X 17.7(cm), 2016(전시상황)

전시장에 놓여 있는 '비누'를 하루하루 관찰하고 기록하기.

2016.05.31

​06.01

06.02

06.03

06.04

참을 수 없는 가벼움, 1분 27초 싱글채널비디오, 2016

<참을 수 없는 가벼움_자화상>, OHP필름, 나무액자, 29.7 x 42.0(cm), 가변설치, 2016 (전시상황)

<떨어지다>, 단채널비디오 1분 19초, 가변설치, 2016(전시상황)

목욕탕 한 쪽에 거품이 계속해서 흐르고 물소리가 들린다.

그 뒤 '툭'하는 소리가 들려 무엇이 떨어졌다는 걸 알 수 있다.

bottom of page